Writing

  1. 자유시(自由詩) 2026.10.31
  2. 이름 없는 사랑 2026.10.18
  3. 외론 달 2026.10.06
  4. 홀씨 2026.09.18

자유시(自由詩)

2026.10.31

저는 오늘도 저를 저버렸습니다. 무엇이 괴로워, 무엇을 바라여 뒷꿈치를 할퀴어댑니까. 어제는 뒤돌아 발목에 엉겨붙어 서글픈 밤이 울어댑니다. 새벽의 월광은 기적 소리에 달아나 퇴폐되고 분해되어 공중을 활공합니다. 아 저는 구원할 수 없습니까? 나는 나약하고 냉소적인 허풍쟁이입니다. 나의 정열은 내장 깊숙이 웅크려 고약한 냄새를 하릴없이 헤아립니다.

무엇이 두려워, 무엇에 얽매여 한낱 가치에 목을 매다는 것입니까. 하늘의 자유가 내 가슴에 씨를 뿌려도 저는 무심코 못 본 채하는 중생일 뿐입니다. 인간은 무엇이랍니까. 없는 걸 바라여 목 내밀고 어디로 기어갑니까?

아아 나의 패배는 창볕의 먼지가 떠다니는 아스라한 편린입니다. 골짜기의 메아리는 팽창하여 이따금 밤하늘의 가슴을 쥐어짜 물들입니다.

광활한 대지가 해일처럼 압도하며 쏘아보니 저의 심장은 숨 멎는 모래알처럼 요동합니다. 우리 외의 것들의 광대함을 알아차렸을 때, 선악이 말미암아 이성의 농축이 그대와 저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는 형국입니다.

아아 우리의 고향으로 돌아가고픈 어리숙한 자아는 또 누구에 의탁하여 스스로를 유폐하려 하는 겁니까? 누군들 잠에 들 때면 어머니 뱃속의 자유 자연으로 하염없이 걸어가는 것입니다.

그대는 하루에 영광을 물어 일상의 노여움을 달래십니까? 저의 또다른 오늘은 새벽의 노을이 부담스럽게 얼굴을 들이미는 역설입니다. 인간이란 참으로 간악하고 나약하며 한낱 부질없어 유약한 존재의 증명일 뿐입니다.

그럼에도 작아짐에 외롭고 어두운 한기가 내 목을 감쌈에 불구하고 저는 미천한 발버둥을 해보렵니다.

나의 밑천은 내비치지 않는 호수의 심연이요, 필연으로 죄많은 천사의 눈동자입니다. 스스로를 깎아내리고 덜어내고 때로는 눈물을 머금어 눈알이 썩어가더라도 저의 정신은 넘어졌지만 여전히 저는 서있습니다. 울분으로 조각되어 어느때보다 작아졌지만 광휘를 머금은 형태는 바위의 이끼보다 세밀한 바입니다.

나의 초라한 의지를 꺾는 이는 누구입니까. 나는 오늘 넘어지고 어제에 서있는 다리 없는 코끼리입니다. 나에게 내가 남는 한 숨이 멎어도 저의 존재는 증명하고야 마는 영원한 잠에 이를 것입니다.

하늘 아래 한 줄기 꺾인 꽃으로 태어남에 감사하니 저는 오늘도 저의 그림자를 들여다보며 그 안의 빛을 더듬는 바입니다.

아아 나는 자유로운데 누군들 옭아매려 하지 않겠습니까. 고통에 인내하고 신음하는 곰팡이도 아름다운 줄 압니다.

부끄럼 있다만 후회는 없으니, 나는 지평선에 솟는 눈동자요 창발하는 태산의 티끌이니 나로 말미암아 스스로 감춰진 광명을 아는 바입니다.

이름 없는 사랑

2026.10.18

너 들꽃 사이 나비 나 부러진 날개 활개침은 네 살랑이는 바람에 취함이라

너 가시 많은 장미 나 진실로 네 이름 지어주길 원했으니 너 만개하면 그림자되어 지켜주고 나 이슬되어 너의 밤에 맺히고자 했다 나 눈이 찔려도 너만을 보았을 텐데

추락하는 자의 사랑은 진실한가 붙잡을 것 없던 나의 사랑은 옹졸했다

그럼에도 너를 다시 마주할 수만 있다면 기어코 소인되어 내 세상을 줄이리라

나의 의지, 나의 용기 영원히 춤추는 나의 날개 나 너의 흔적을 이렇게 추억하리 이름 없는 사랑이여 그대는 부를 수 없기에 아름답다

외론 달

2026.10.06

서울의 밤이 오면 외론 달이 저를 굽어봅니다 그대는 태양을 짊어짐에 버겁지 않으십니까? 별들은 어디 가고 우두커니 서있는 당신은 고고합니까?

익숙한 길을 잃었습니다 마음만으로 닿을 줄 알았는데 고독 끝에 그만 외롭고 말았습니다 옆으로만 웃는 당신이 원망스런 탓입니다

이제보니 별들은 거리에 내리앉았습니다 저들의 무게를 견디는 이 누구입니까? 별이 별이 되고 달이 달이 되었듯이 저희는 창백한 이름이 되어갑니까?

서울의 밤이 오면 누군들 외론 달을 올려봅니다 흩어진 삶마다 외따로 짊어짐이 버겁습니다 수놓인 별들 아래 걸음이 서투른 저희는 고고합니까?

홀씨

2026.09.18

누군들 날개가 없었겠는가 엎드려 숨 죽이다 하늘을 잃었을 뿐이다

새벽녘 이슬 씹으며 나는 내 그림자와 사랑을 나눴다

바람에 날고 입김에 흐드러져 빛 품어 하늘 박차는 민들레 홀씨는 아름다우니

나 기어코 날아오르리 날개 없이 춤추는 발아의 태동처럼

나의 고난, 나의 긍정 상처 많은 나의 허물아 이제는 작별의 시간

너 지상에 두고 미련없이 날아오르리

높이 높이 저 멀리 널리 바람과 노래하며 너울너울 날아오르리